2009년 11월 21일
2009. 11. 19
시계가 망가졌습니다. 가죽 끈이 조금씩 끊어지고 있었는데 그냥 차고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끊어졌더군요. 예전 여자 친구와 함께 샀던 시계인데 헤어진 이후에도 별 의미 없이 차고 다녔습니다. 뭐 정확히는 여자 친구와는 군대 간 동안 헤어졌고 또 군대에서는 전자시계를 사용했었으니 다시 차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요. 시계 약이 다 돼서 약을 바꿔 낀 게 대략 2개월 전, 끈이 끊어진 게 오늘. 끈만 바꿔 다시 찰까 생각하다가 어쩐지 의미 없이 차고 다닌다는 게 꼭 의미가 없는 걸까 라는 생각에 시계를 하나 사기로 결정을 내렸어요. 정말 별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지 않았을까 싶어서죠. 그래서 사용했던 시계는 예전부터 찼던 고장 난 시계들을 모아둔 상자로 풍덩! 이걸로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연결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거더군요. 뭐 미련은 없지만(으쓱) 그저 또 다른 내 마음 속의 바이바이 랄까요?(웃음)
새삼스럽게 그 상자를 보니 시계가 참 많았어요. 제가 직접 산 시계도, 선물 받은 시계도, 싸구려 시계도, 비싼 시계도, 아날로그시계도, 전자시계도. 예전부터 시계를 좋아했거든요. 그렇다고 비싼 시계, 좋은 메이커, 그런 것을 좋아한 건 아니고 그냥 시계 자체가 좋았어요. 삐삐도(우와! 그리운 말!) 또 지금의 핸드폰도 대신 시간을 알려주지만 그래도 시계만이 갖고 있는 그 특유의 것을 갖지 못하니까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래요, 시계가 처음 만들어진 그 옛날부터 현재의 지금까지 쌓아온, 흔적…… 같은 거랄까요?
요즘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조금은 눈치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웃음). 거기에 한 가지 더.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슬프지만 그 사람의 죽음이 슬프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내가 슬프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 입니다. 그 사람과 함께 쌓아온 추억이 슬퍼서, 그 추억이 빛바래지는 것이 슬퍼서, 더 이상 추억을 함께 만들 수 없는 것이 슬퍼서, 곁에 없는 것이 슬퍼서, 그저 슬퍼서……. 그리고 나중에 올 나의 죽음이 슬퍼서. 그렇다면 왜 살아가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담담하게, 격렬하지 않게, 잔잔하게, 어둠처럼, 모레처럼. 그렇게 얘기하고 싶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뭔가 쓸 말은 많은데 모두 소용돌이 쳐서 더 이상 토해내지 못하네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오늘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엉뚱한 소리를 했군요. 이 편지를 당신께 보낼지 안 보낼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요. 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마음이 허전해지기 쉬운 때이니 따스한 차 한 잔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 by | 2009/11/21 00:19 | 편지 | 트랙백 | 덧글(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