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시계가 망가졌습니다. 가죽 끈이 조금씩 끊어지고 있었는데 그냥 차고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끊어졌더군요. 예전 여자 친구와 함께 샀던 시계인데 헤어진 이후에도 별 의미 없이 차고 다녔습니다. 뭐 정확히는 여자 친구와는 군대 간 동안 헤어졌고 또 군대에서는 전자시계를 사용했었으니 다시 차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요. 시계 약이 다 돼서 약을 바꿔 낀 게 대략 2개월 전, 끈이 끊어진 게 오늘. 끈만 바꿔 다시 찰까 생각하다가 어쩐지 의미 없이 차고 다닌다는 게 꼭 의미가 없는 걸까 라는 생각에 시계를 하나 사기로 결정을 내렸어요. 정말 별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지 않았을까 싶어서죠. 그래서 사용했던 시계는 예전부터 찼던 고장 난 시계들을 모아둔 상자로 풍덩! 이걸로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연결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거더군요. 뭐 미련은 없지만(으쓱) 그저 또 다른 내 마음 속의 바이바이 랄까요?(웃음)
새삼스럽게 그 상자를 보니 시계가 참 많았어요. 제가 직접 산 시계도, 선물 받은 시계도, 싸구려 시계도, 비싼 시계도, 아날로그시계도, 전자시계도. 예전부터 시계를 좋아했거든요. 그렇다고 비싼 시계, 좋은 메이커, 그런 것을 좋아한 건 아니고 그냥 시계 자체가 좋았어요. 삐삐도(우와! 그리운 말!) 또 지금의 핸드폰도 대신 시간을 알려주지만 그래도 시계만이 갖고 있는 그 특유의 것을 갖지 못하니까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래요, 시계가 처음 만들어진 그 옛날부터 현재의 지금까지 쌓아온, 흔적…… 같은 거랄까요?
요즘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조금은 눈치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웃음). 거기에 한 가지 더.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슬프지만 그 사람의 죽음이 슬프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내가 슬프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 입니다. 그 사람과 함께 쌓아온 추억이 슬퍼서, 그 추억이 빛바래지는 것이 슬퍼서, 더 이상 추억을 함께 만들 수 없는 것이 슬퍼서, 곁에 없는 것이 슬퍼서, 그저 슬퍼서……. 그리고 나중에 올 나의 죽음이 슬퍼서. 그렇다면 왜 살아가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담담하게, 격렬하지 않게, 잔잔하게, 어둠처럼, 모레처럼. 그렇게 얘기하고 싶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뭔가 쓸 말은 많은데 모두 소용돌이 쳐서 더 이상 토해내지 못하네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오늘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엉뚱한 소리를 했군요. 이 편지를 당신께 보낼지 안 보낼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요. 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마음이 허전해지기 쉬운 때이니 따스한 차 한 잔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by 아라이 | 2009/11/21 00:19 | 편지 | 트랙백 | 덧글(3)

2009. 11. 18


옛날에는 편지란 참으로 각별했던 것 같습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연락을 한다……. 비록 휴대폰이 도입되며 쇠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 있는 매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당신에게 언제 갈지도 모를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겠지요.
구효서의 「앗쌀람 알라이 쿰」을 읽었습니다. 당신에게 평화를, 이라고 해석되는 이 소설은 또 다시 죽음의 한 면을 얘기하고 있네요. 교수님 나를 노리는 건가! 라는 괜한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요(웃음). 소설은 아랍권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이 떨어지고 테러가 일어나고 길거리를 지나다가 기관총에 스러지는 생명들을 평화운동단체에 속해 이곳으로 온 ‘나’로 하여금 담담하게 그리고 슬프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인샬라, 신의 뜻대로, 라고 하는 그들의 삶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면서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서글픔을 보여주지만 역시나 저로써는 이해하지만 인정할 수없는 삶의 방법이라서 씁쓸하게 뒷맛이 남아있네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리고 고난이 닥칠수록 종교에 귀의하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갈 곳이 없으니 그 마음만이라도 평안한 곳을 찾는 것이라고. 소설 속에서는 이 이미지를 ‘평화에 이르는 길은 없어요. 평화 자체가 길이니까요. 찾아나설 것도 없어요. 이미 내 안에 있으면 돼요. 누가 가져다주거나 누구로부터 빼앗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내게서 흘러 모두를 적시면 되죠. 나 자신이 평화면 되는 거예요. 누구도 그걸 없앨 순 없어요. 죽임을 당해도 없어지지 않아요. 한 사람의 죽음은 살아 있는 열 사람을 적시니까. 알쌀라 알라이 쿰.’ 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 이미지는 참 좋죠. 다만 저는 그 신이라는 것에 기대는 것이 좀 싫을 뿐이에요. 어쩔 수 없이 사람은 무언가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결국 나를 버린다는 거잖아요? 나를 버린다는 게 종교에서는 꽤 높은 측면에서 다루어지지만 저는 나를 버릴 수가 없어요. 아무리 시궁창 같아도, 아무리 무거운 짐이 있어도 그건 나고, 내 것이에요. 누구도 빼앗아갈 수없는 것이에요. 그걸 신이라고 은근슬쩍 다가와 ‘모든 게 신의 뜻이다.’, ‘너를 용서한다.’ 라고 말하면 구역질이 나요. 분명 그 말들은 너무나도 달콤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댄다면 내 자신은, 더 이상 내가 될 수 없어요. 유난을 떠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러네요. 쓸데없이 자의식이 강한 거겠죠. 아니 자의식만 강한 걸려나요?(웃음)
벌써 새벽 2시군요. 이 시간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요즘은 좀 침울해져 있는지라 썩 좋은 느낌은 아니네요. 밤이 내려앉아 착 깔려있는 차분함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안 그래도 내려앉아 있는데 차분해지려니 기분이 더 가라앉아서 말이죠. 하하. 아무튼 벌써 11월의 반이 갔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연락된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기로 한 날이네요.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는데 얼마 전 연락이 닿았어요. 대략 2-3년만에 보는 것 같은데. 그런데 후배 사정 상 저녁 늦게 만나기로 해서 좀 고민이네요. 이미 저녁 식사는 했을 시간이라서……. 술은 제가 지금 못 마시니, 음, 뭐 대충 카페나 가서 음료나 마실까 봐요. 따스한 라떼 종류나 마셔볼까? 헤에.
밤이 늦었네요. 이 시간이면 주무시고 계실려나요?


 

by 아라이 | 2009/11/18 02:20 | 편지 | 트랙백 | 덧글(0)

2009. 11. 15


첫눈이 내렸습니다. 아침에 잠깐 내리다 말아 아쉽게도 보지는 못했지만 그리 많이 내린 것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쌓이기라도 했더라면 구경이라고 할 텐데 그렇지도 않았으니까요.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서부터 눈에 대해 별 감흥이 없어졌어요. 스물을 막 넘겼을 때만 하더라도 눈이 내리면 강아지처럼 좋다고 뛰어나가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는 했는데……. 나이가 들었어요. 그렇다고 또 첫눈에 무슨 추억이 있어서 센티해지거나 하지도 않지만요. 뭐 이제 첫눈은 그저 왔나보구나 하고 지나가버리게 되어버렸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조금 미묘해지네요.
어제 한국대중음악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지인 분이 같이 가자고 해서 뭔지도 모르고 구경 갔는데 인디 밴드 축제더라고요. EBS 하고 뭐 이런저런 쪽에서 주최해서 슈퍼루키를 뽑는, 뭐 그런 행사였는데 제법 볼거리가 많았어요. 인디 밴드 중에 아는 밴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달까요? 4시간이 넘는 시간만 아니었다면 말이죠(먼산). 4시간……. 정말 길더라고요. 후!
여러 인디 밴드가 나왔는데 저는 그 중 인기상을 얻은 ‘좋아서 하는 밴드’가 참 좋았어요. 소개를 보니 클럽이 보다는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팀이라던데 언제 공연하는 곳을 알아봐서 구경하러 갈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더라고요. 뭐랄까…… 연주도, 노래도, 가사도, 목소리도, 참 따스했어요. 정말 좋아서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행복하게 하는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싱어가 그러더라고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대충 이런 느낌의 말이었어요. 저희는 완벽한 연주를 하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연주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이 팀 말고도 좋은 팀도 많았는데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들어오더라고요.
이상하게도 요즘은 따스하고 행복한 게 좋더라고요. 소설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또 만화를 보거나 할 때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걸 고르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서스펜스, 액션, 공포 등 사람을 긴장시키고 추리하고 하는 것들을 제법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전혀~ 라고 할 정도로 끌리지가 않아요. 물론 보면 또 재밌게 볼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얘기를 친하게 지내는 후배 한 명에게 했더니 막 웃으면서 제가 늙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뭐 전혀 납득할 수 없지만요.
그제는 영화를 봤어요. 굿모닝 프레지던트. 조사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여전히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영화죠. 원래는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봤었는데 다시 봤어요. 군자 쪽에 CGV가 새로 생겨서 그쪽으로 보러 갔었는데 나가는 출구를 잘못 기억하는 바람에 바보처럼 한참 헤매다 늦어서 영화를 10분 정도 놓쳤었거든요. 당시 꽤 재밌게 봐서 겸사겸사 또 보러 갔어요. 두 번째 보는 거라서 개그 부분은 그때처럼 재밌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의 시선이 참 따스해서, 제법 즐기다 왔네요. 이미 돌아가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섞어놓은 그들의 모습이 개인적으로 좋기도 했고, 또 웃음을 주지만 정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도 좋았어요. 나름 균형을 잘 맞춰두었더라고요. 현 정부가 보기에는 썩 좋을 것 같은 영화는 아니겠지만요(웃음). DVD가 나오면 살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
내일이면, 아, 편지를 쓰는 동안 12시가 지났어요. 오늘이겠네요. 아무튼 이제 또 새로운 한 주가 또 시작되네요. 그 동안 많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진 것 같아요. 이번 주부터는 좀 바쁘게 살아야겠어요. 당장 해야 할 일도 좀 미루지 않고 말이죠(웃음). 그럼 또.

by 아라이 | 2009/11/16 00:14 | 편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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